간병인 보험과 간병비 보험 (간병인 비용의 현실과 보장 방안)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5.7%에 달하며, 2025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과 간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가족 중 누군가가 중증 질환이나 사고로 인해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가족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때 간병인 보험이나 간병비 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병인 비용, 결코 만만치 않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하루 평균 간병인 비용은 10만 원에서 13만 원 사이였습니다. 한 달로 환산하면 300만 원에서 39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인데요. 특히 2018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월평균 28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연봉 3,900만 원의 직장인이 한 달 동안 번 돈을 깨끗이 간병비로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간병이 한 달로 끝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족 모두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김모 씨(45세)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6개월간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가족들이 돌아가며 병원에서 간병을 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김 씨 내외와 대학생 자녀들은 번갈아 가며 아버지를 돌보느라 일상생활이 모두 흐트러졌고, 결국에는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죠. 그 6개월간 김 씨 가족은 2,000만 원이 넘는 간병비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정부의 간병비 지원, 어떻게 받을 수 있나?

위에서 본 것처럼 간병 비용은 한 가족이 감당하기에 결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간병비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대표적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 중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신체활동 및 가사 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

장기요양 신청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인정조사를 통해 장기요양 판정을 받게 되는데요. 장기요양 등급은 크게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으로 나뉘며, 90점 이상일 경우 1등급, 75점 이상 90점 미만일 경우 2등급, 60점 이상 75점 미만일 경우 3등급, 51점 이상 60점 미만일 경우 4등급, 45점 이상 51점 미만일 경우 5등급, 45점 미만이면서 치매환자일 경우 인지지원등급을 받게 됩니다.

장기요양 등급 심신의 기능상태
1등급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로서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95점 이상인 자
2등급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상당 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로서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75점 이상 95점 미만인 자
3등급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부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로서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60점 이상 75점 미만인 자
4등급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일정 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로서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51점 이상 60점 미만인 자
5등급 치매환자로서(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른 노인성 질병으로 한정)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45점 이상 51점 미만인 자

등급 판정을 받으면 재가급여 또는 시설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데요. 재가급여는 가정에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것을 말하며, 시설급여는 요양시설에 입소하여 급여를 받는 것을 뜻합니다.

급여 수준은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1등급 수급자의 경우 월 한도액이 재가급여는 1,498,300원, 시설급여는 2,065,400원입니다(2021년 기준). 하지만 간병 비용이 워낙 높은 탓에, 노인장기요양보험만으로는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엔 부족한 실정입니다.

간병보험과 간병비보험, 두 가지 선택지

정부 지원만으로 간병비 부담을 해결하기 어렵다면, 민영보험인 간병인보험과 간병비보험에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이 두 보험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보장 내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간병인보험은 가입자에게 실제 간병인을 지원해 주는 상품입니다.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보험사에서 제휴된 간병 서비스 업체를 통해 전문 간병인을 파견하는 식이죠. 따라서 가입자 입장에서는 직접 간병인을 구할 필요가 없어 편리합니다.

반면 간병비보험은 가입자에게 간병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입니다. 가입자가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보험사로부터 약관에 정해진 간병비를 받게 되는데요. 이 돈으로 가입자가 직접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간병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가입자가 직접 간병인이나 시설을 알아봐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간병인보험과 간병비보험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본인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데요. 일반적으로 도시에 거주하며 간병인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경우에는 간병비보험을, 지방에 살면서 간병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에는 간병인보험을 추천합니다.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간병보험의 핵심 조건들

간병보험 상품은 보험사마다 명칭과 약관이 제각각이어서 조건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가입에 앞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몇 가지 핵심 사항을 짚어보겠습니다.

(1) 보험금 지급 조건

간병보험의 보험금 지급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장해’와 ‘질병’인데요.

장해란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나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를 뜻합니다. 장해 정도에 따라 약관상 일정 등급 이상이 되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 1~3급 혹은 1~4급 정도가 기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달리 질병은 특정 질환에 걸려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최소 일정 기간 이상(통상 30일 혹은 90일) 입원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치매의 경우 CDR(임상치매척도) 3점 이상이 되면 간병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죠.

간병보험마다 장해와 질병의 범위와 기준이 다르므로 어떤 위험까지 보장 받을 것인지를 고려해 조건이 유리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2) 간병비 지급 기간과 한도

간병보험은 최대 몇 년까지 얼마나 보장해 주는지가 상품별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최대 3년까지 지급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최대 5년까지 지원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아울러 지급 한도도 월 10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지급 기간이 길고 한도가 높을수록 납입 보험료도 높아지기 마련이니, 가입자의 경제적 상황과 필요에 맞게 적정 수준을 골라야 겠죠.

(3) 보험료 납입 기간과 갱신 여부

간병보험의 보험료 납입 기간과 갱신 여부도 중요합니다. 납입 기간은 10년납, 15년납, 20년납 등 다양한데요. 특히 장기납 상품의 경우 중간에 해지할 경우 납입한 보험료의 상당액을 손해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갱신형 상품은 일정 주기(통상 3년 혹은 5년)마다 갱신할 때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습니다. 물론 비갱신형에 비해 초기 보험료 부담은 적지만, 갱신할 때마다 나이와 위험률이 높아져 보험료가 오를 수 있는 만큼 두 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4) 면책기간과 감액기간

간병보험에는 가입 직후 일정 기간 동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기간’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가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험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하는 ‘감액기간’도 대부분의 상품에 적용됩니다.

이런 조건들은 상품별로 편차가 있는 만큼 반드시 약관을 꼼꼼히 살펴 내게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간병보험 가입 전 체크해야 할 사항들

(1) 본인의 건강 상태와 가족력

간병보험에 가입할 때는 본인의 현재 건강 상태뿐 아니라 가족력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중에 간병이 필요한 질환을 앓은 분이 계시다면, 본인도 그런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당뇨, 고혈압, 심장병, 뇌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이를 솔직히 알리고 질병과 관련된 특약을 더한 간병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2) 가입 가능 연령대와 보험료

일반적으로 간병보험은 40세부터 70~80세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입 연령대가 높을수록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아지는데요.

젊을 때 미리 가입할수록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른 나이에 가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간병보험은 노년기에 도움이 되는 만큼, 워낙 일찍 가입하면 은퇴 후에 보험료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점을 고려하여 50대 전후로 가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가입 시 고지해야 할 사항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입자의 과거병력이나 현재 질병, 가족력 등 중요 사항은 반드시 보험사에 알려야 합니다. 간병보험은 인수심사 과정에서 고지한 내용을 토대로 인수 여부와 조건이 결정되기 때문인데요.

만약 가입자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누락하거나 은폐했다가 추후 보험금 청구 시 문제가 발생한다면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금이 삭감될 수 있습니다. 자칫 간병보험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는 만큼 가입 시 성실고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4) 다른 보험과의 비교와 전문가 상담

요즘은 간병보험 상품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이것저것 비교하고 내게 맞는 상품을 고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따라서 보험사별 상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분석해 상호 비교해 보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전문적인 보험 비교사이트를 활용하거나 보험설계사, GA(보험대리점) 등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간병보험 외에 유사한 성격의 보험, 가령 실버보험, 치매보험 등과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면 치매보험을, 노후 의료비 전반을 보장받고 싶다면 실버보험을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죠.

마무리

우리는 누구나 늙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올 수 있습니다. 특히 핵가족화와 고령화로 노인 돌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간병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정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적극 활용하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민영 간병보험을 통해 간병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다만 저마다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른 만큼 본인의 니즈에 맞는 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하면 낯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삶의 질을 지키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든든한 방패, 바로 간병보험이 그 열쇠가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간병보험에 관심을 가져 보시는 건 어떨까요?

Last Updated on 2024-04-11 by 정보마스터